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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레니게이드의 디자인과 오리지널 지프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5-08-30 22:11:07

본문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이후 양사의 연구인력들이 실질적인 협업을 통해 개발한 첫 차량이 이번에 나온 지프 레니게이드(Jeep Renegade)이다. 여기에서 ‘지프’는 크라이슬러-피아트 그룹의 서브 브랜드이고, ‘레니게이드’는 차량의 이름으로, 지프 브랜드에서는 처음 출시한 소형 SUV 세그먼트 차종이다. 그래서 새로운 레니게이드는 전륜 구동 방식 기반의 4륜구동차량이며, 프레임방식이 아닌 모노코크 차체로 설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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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게이드 라는 이름은 이미 1987년에 나온 3세대 YJ 지프에도 쓰였지만, 이제는 소형 SUV의 이름이 됐다. 레니게이드(renegade)는 ‘변절자’라는 뜻으로 사실 좋은 의미의 단어는 아니지만, 1987년에 나온 YJ모델이 4각형 헤드램프를 써서 변화를 준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것이며, 오늘의 레니게이드는 전통적 지프의 특징과는 다른 차량이라는 의미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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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브랜드에서 오리지널 지프와 가장 가까운 혈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랭글러(Wrangler) 모델들이다. 요즈음에는 4륜구동 차량들이 거의 대부분 SUV, 즉 다시 말해서 4륜구동의 주행성능(Sports)과 공간 활용(Utility)를 양립시키는 구조로 개발된 차량들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차체를 2박스의 5도어 웨건의 긴 형태로 개발하지만, 오리지널 지프는 지붕이 없는 소형 트럭의 구조였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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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에 군용지프를 생산하던 윌리스(Willys)가 민간용으로 개발한 것이 CJ-2A 모델이다. 여기에서 CJ는 민간용 지프(Civilian Jeep)의 줄임 말이다. 초기의 모델은 군용 지프와 거의 같은 구조로 단순하고 소박한 인상이다. 그러나 둥근 헤드램프와 수직 슬롯(slot)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그래서 1946년에 등장한 민간용 지프 CJ-2A모델부터 현재 판매 중인 JK 루비콘 모델에 이르기까지 5세대에 걸친 디자인 변화를 비교해보면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는 변화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987년에 나온 YJ 랭글러 레니게이드는 지프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4각형 헤드램프를 사용했었다. 이후 1997년에 나온 TJ에서는 다시 원형 램프로 돌아갔고, 2007년에 나온 현재의 JK 루비콘에서도 원형 헤드램프는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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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4각형 헤드램프의 프런트 패널 디자인이 모던하고 도회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졌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 당시에 YJ의 프런트 패널을 구해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기도 하지만, 지프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킨다는 관점에서는 둥근 헤드램프가 정통성(正統性)을 가지는 것은 틀림 없다. 그래서 둥근 헤드램프와 오리지널 지프와 유사한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슬럿(slot)이 있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지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지프 브랜드의 공통적 디자인 요소로 일곱 개의 슬럿을 레니게이드나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 등의 모델들이 같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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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체로키의 초기 모델은 일곱 개의 슬럿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슬럿을 가진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고 있었는데, 그것은 체로키(Cherokee)라는 이름이 북미인디언 부족 중의 하나인 체로키 부족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고, 그 부족 추장이 머리에 쓰고 있던 깃털 장식을 모티브로 디자인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체적으로 지프 브랜드의 모든 차종들이 일곱 개의 슬럿으로 통일된 디자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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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프의 정통성을 가진 디자인으로 개발됐지만, 신형 레니게이드는 1.4리터와 2.4리터 가솔린과 2.0리터 디젤 엔진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피아트의 소형 4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어 차량의 성격은 다르다.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 레니게이드 라는 이름을 다시 쓴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형 레니게이드와 같은 차체를 쓰면서 피아트 브랜드로 개발되고 있는 소형 SUV는 이름이 다른 건 물론이고 앞모습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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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레니게이드는 지붕이 있는 2박스 5도어 해치백(hatchback) 구조의 차체를 가지고 있지만, 오리지널 지프가 지붕이 없는 차체 구조였던 특징을 살려서 지붕을 검은색으로 블랙아웃(blackout) 시킨 디자인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지프 브랜드의 공통적 디자인요소인 사각형 휠 아치 역시 유지했다. 휠 아치를 사각형으로 설정한 것은 오프로드 주행 중 앞 바퀴를 크게 꺾더라도 휠 아치에 간섭되지 않도록 한 것에서 유래된 형태로써, 이제는 그런 상황이 거의 생기지 않겠지만, 지프를 상징하는 하나의 기호(旗號) 혹은 아이콘(icon)적 요소로써 사용된다. 이 밖에도 신형 레니게이드의 테일 램프는 오리지널 지프의 상징 중 하나였던 ‘제리 캔(Jerry Can)’ 이라고 불린 보조연료탱크를 암시하는 형태로 디자인돼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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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을 보면 조수석 크러시 패드에 보조 손잡이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비포장도로를 주파할 경우 동승자에게 그립(grip)을 제공하기 위한 용도로 설치됐던 것으로, 하드코어 오프로드 차량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아울러 양쪽 벤틸레이션 그릴의 베젤(bezel)과 체인지 레버 베젤, 스피커 베젤 등에 차체 색 링을 붙여놓았는데, 이것은 초기의 지프가 실내에 별도의 트림을 쓰지 않고 차체 색이 그대로 노출돼 있던 것을 암시하는 디자인이다. 오늘날에는 내장재에 차체 색을 쓰면 패셔너블 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고전적 간결성을 암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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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역사를 따져보면 지프(Jeep)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부터 오늘까지 7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크라이슬러(Chrysler)는 이제 이탈리아 피아트(Fiat)의 일원이 됐다. 그러고 보면 2차대전에서 미국이 주축이 된 연합군의 군용차량에서 유래된 지프가 그 당시 적성국 동맹군의 일원이던 이탈리아 메이커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는 아이러니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세상의 흐름인지도 모른다. 사실상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한다. 그래서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기도 하고, 오늘의 경쟁자가 미래에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 세상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변화들 속에서 역사는, 자동차는 발전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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