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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의문과 숙제를 보여주는 EQ900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5-12-11 17:06:32

본문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에서 최상위 모델이 되는 EQ900이 등장했다. 지난 11월 4일에 론칭 된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차종 EQ900은 이름이 의미하듯 에쿠스(Equus) 모델의 계보를 잇는 3세대째의 모델이다. 에쿠스는 차체 크기나 세그먼트로 본다면 대형, 또는 풀 사이즈 급의 최고급 모델이다. 1999년에 등장한 1세대 에쿠스는 일본 미쯔비시와 공동 개발했던 앞 바퀴 굴림방식 이었지만, 2009년에 등장한 2세대 모델, 바로 며칠 전까지 ‘현역’ 이었던 두 번째 모델은 현대자동차의 독자 개발이었던 것은 물론이고, 뒷바퀴 굴림방식으로 바뀐 것이었다. 지금은 미쯔비시는 대형 승용차 최신 모델은 공식적으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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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 중에는 대형 승용차 모델이 없는 메이커가 의외로 많다. 일본의 미쯔비시가 그러하고 닛산이나 혼다 같은 대표적인 기업들 역시 대형급의 최신 모델은 없다. 마쓰다, 혹은 스바루 같은 메이커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 메이커들 중에도 르노, 피아트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 역시 대형 승용차 모델이 없다. 물론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합병 이후 300C를 란치아(Lancia) 브랜드의 테마(Theme)라는 이름으로 내놓아 구색을 맞추긴 했다.


반대로 미국 메이커들은 대형급 승용차들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2,000cc 이하의 모델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렇게 본다면 1,000cc급 경승용차에서 5,000cc의 대형 승용차까지 모든 모델을 라인업하고 있는 현대기아의 역량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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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등장한 EQ900은 현대자동차의 저력을 보여주는 모델임에 틀림 없다. 게다가 새로 출범시킨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높아진 평판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EQ900의 앞 모습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2세대 제네시스, 앞으로는 G80으로 불리게 될 모델의 방패 모양을 닮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이다. 이 디자인을 제네시스 브랜드의 마스크로 쓰겠다는 의중을 보여준다. 그런 이유에서 그릴의 이름도 크레스트 그릴(Crest Grill) 이다. 크레스트는 서구에서는 가문이나 국가 등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을 의미한다.  하다. 미국의 국가 상징인 흰머리 독수리가 이글 크레스트(Eagle Crest)라고 불리는 식이다. 새로 등장한 EQ900이 2세대 제네시스와 이미지를 같이 했으므로, 향후에 등장할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량들은 이런 방패 모양의 그릴을 가지게 될 걸로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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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EQ900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순위 5위의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기술력과 위상을 보여주는 최상위 모델로 등장했다. 내장재의 품질과 마무리, 디자인은 오늘날 현대자동차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과 품질이다. 한 메이커 혹은 브랜드의 플래그쉽은 그들이 가진, 혹은 조달할 수 있는 모든 면을 최고의 수준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모델이다. 한편으로 플래그쉽의 차체 디자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에 의한 아름다움이 최대한 표현되어야 하면서도, 그 메이커의 가치관과 경영 철학이 투영돼 있어야 한다. 새로운 EQ900은 과연 오늘날 현대자동차의 역량을 한치의 모자람 없이 모두 투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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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처음 등장했던 렉서스의 LS400은 토요타가 가진 기술과 글로벌 시장을 향한 통찰력을 유감 없이 보여준 모델이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30년가까이 된 1세대 렉서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고 있다. 그 당시 LS400은 토요타 특유의 품질과 감각적 섬세함으로 ‘일제 고급차’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 미국 소비자들을 홀딱 반하게 만들었다. 1세대 LS400을 처음 본 필자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우직스럽지만 감각적인’ 다소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상 설명할 방법이 없는 느낌이었다. 우직스럽게 잘 만들었으면서도 첨단의 감각이 있었고, 왜색(倭色)은 거의 없었다. 차체 디자인은 섬세하면서도 무덤덤한, 국적이 없는 감각이면서 한 발자국 반 정도의 새로운 감성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아주 잘 만들어진 품질에 알맞은 정도의 감성의 고급승용차의 이미지였고, 그것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바로 먹혀 들었다. 요즘 말로 ‘대박’을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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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EQ900이 보여주는 차체 디자인은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 그런데 플래그쉽의 디자인은 감각적으로 최신이기보다는 사람들이 선망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물론 그건 단지 디자인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아무리 이탈리아 산 가죽을 썼을지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선망의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 사실 플래그십의 또 다른 임무는 바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성공하면 타고 싶은 차가 바로 그것이다. 플래그십이 ‘명품’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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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작은 차이도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EQ900은 잘 만들어졌지만, 디자인의 완성도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고급승용차에게 C필러의 디자인은 중요하다. 뒷좌석의 비중을 말해주는 것이 바로 C필러이기 대문이다. 1세대 에쿠스는 두터운 C필러로 고급차임을 강조했고, 2세대 에쿠스는 C필러의 오페라 글래스로 고급차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새로운 EQ900의 C필러는 의문스러운 디자인이다. 굵은 듯 한데 위로 올라가면서 급격히 가늘어져 존재감이 약해진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런 의문스러운 디자인은 대부분 디자인 이외의 원인에서 비롯된다. 가령 뒷좌석 승강성이 플래그십의 최고의 가치이어서 그런 디자인으로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디자인됐다면 벤츠나 재규어의 플래그십들은 불편한 승강성을 가진 차라고 손가락질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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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은 ‘무조건 편한 차’가 아니라,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기술로 기업 철학을 표현한 명품’ 이어야 한다. 그래야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EQ900의 철학은 무엇일까? 물론 ‘뒷좌석 오너가 최고로 편한 차’가 철학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목적을 위해 완성도가 낮아진 디자인에 대한 비난은 모두 디자이너에게 몰리게 될 것이다. 필자는 디자이너를 두둔하려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구조는 바로 디자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글로벌 5위의 자동차 메이커의 플래그십 모델의 의문스러운 디자인은 어쩌면 체계적이지 않은 의사결정 과정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만든다. 물론 정말 무엇이 원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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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새로운 EQ900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입지가 좁은 K9은 이제 정말 갈 데가 없어졌다. 고급 브랜드 론칭이 큰 의미를 가지기는 하지만, 현대기아의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돈다. 향후에 좀 더 EQ900의 디자인을 심도 있게 살펴보는 글을 준비할 것을 약속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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