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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디자인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대형 SUV 트래버스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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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koosang@kookmin.ac.kr)
승인 2019-09-16 00:58:49

본문

미국 본토에서 온 또 하나의 차량이 등장했다. 그것은 한국GM이 내놓은 대형 SUV 트래버스(Traverse)이다. 트래버스(traverse)는 횡단하다, 가로지르다 등의 뜻을 가진 말로, SUV의 성격을 보여주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미국식 분류 기준으로도 풀 사이즈(full size) SUV에 속하는 대형 급으로, 차체 길이는 5,200mm이고, 축간 거리는 3,073mm로 그야말로 대형 급이고, 승용차로 비교하자면 리무진 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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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대형 SUV들과 치수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펠리세이드는 축간 거리 2,900m에 전장 4,980mm이고, G4렉스턴은 2,865mm에 4,850mm이다. 모하비 마스터피스가 각각 2,895mm에 4,930mm이니, 가히 국내 메이커들이 판매 중인 대형 SUV들 중에서는 가장 크다. G4 렉스턴은 축거 2,865mm에 전장 4,850mm이니 어느 새 가장 작은(?) 차가 돼 버렸다. 물론 치수라는 것은 상대적인 측면이 있어서 다른 차량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G4 렉스턴은 결코 작은 차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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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네 종류의 대형 SUV중에서 차체와 프레임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른바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구조의 차량은 모하비와 G4 렉스턴 이고, 펠리세이드와 트래버스는 모노코크 구조이다. 특히 트래버스는 GM의 람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플랫폼은 GM의 다른 SUV, 즉 뷰익의 엔클레이브(Enclave), GMC의 아카디아(Arcadia) 등과 공유하면서, 말리부 승용차에도 쓰이는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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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과 레저 활동에 대한 관심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대형 SUV에 대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과거보다 크게 높아진 게 사실이다.  가족 단위의 캠핑이나 레저 활동을 하려면 가족들을 모두 태워야 하거나 짐을 많이 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대형 SUV의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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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비교 했듯이 풀 사이즈 SUV 트래버스는 기존에 나와 있는 대형 SUV들, 즉 펠리세이드와 G4 렉스턴, 모하비 등과 비교하면 가장 크다. 그리고 차체에서 엔진룸 이외에 실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효 공간의 비중이 매우 크다. 이 공간 안에 3열의 좌석이 배치돼 있는데, 2열은 특이하게 독립 시트이다. 그리고 3열이 벤치 형태 좌석이다. 도합 7인승이고, 이렇게 공간 중심의 차체 비례이지만, 차체 측면의 이미지는 매우 건장한 인상이다. 이전에 한국 GM이 새로 들여오는 픽업 콜로라도의 디자인 칼럼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측면 이미지에서 건장함을 좌우하는 요소는 바로 휠 아치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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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품은 대체로 바퀴라고 할 수 있는데, 바퀴 크기를 보면 트래버스는 물론 사양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표적인 크기를 보면 235 55R 20 규격의 타이어를 쓴다. 바퀴 지름이 약 767mm 이고, G4렉스턴 은 255 50R 20이어서 바퀴의 전체 지름은 약 760mm이니, 트래버스는 렉스턴보다 약 7mm 크다. 그러나 760mm의 바퀴 지름에서 7 mm차이는 1/100 이하이므로 그것을 육안으로 알아채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래버스의 바퀴는 시각적으로는 훨씬 크고 건장해 보인다. 이는 더 작은 휠을 장착한 트래버스 일지라도 그 건장함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인상을 준다. 그 이유가 바로 휠 아치의 디자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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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독자들 중에는 ‘또 휠 아치 타령이군’ 이라고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차체 디자인에서 특히 측면의 이미지에서 휠 아치는 중요한 요소이고, 더구나 건장함을 강조해야 하는 SUV나 픽업에서의 휠 아치의 중요성은 승용차에서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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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버스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무난하고 기능적 인상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콜로라도 픽업 역시 그런 이미지였다. 전반적으로 쉐보레 브랜드는 실용적인 차들을 만드는 브랜드이므로, 그런 브랜드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크러시 패드는 색상 조합에 따라 윗 부분은 거의 검은 색에 가까운 회색 톤이면서 전면부를 향하는 부분의 색상을 달리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의 인조가죽 색상이 동일하게 시트의 표피 마감재에도 쓰여서 전반적으로 실내가 통일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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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로 구성된 시트 배열은 승객들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는데, 특히 3열의 레그룸은 850mm로서, 다른 3열 차량들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여유로운 크기이다. 게다가 3열 시트까지 모두 사용할 때에도 651 리터의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고 하니, 큰 차체의 강점이 여기에서 나타난다. 3열 시트만 접어도 1,636리터, 그리고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에는 무려 2,781 리터에 이르는 공간이 확보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6인승 밴의 화물실 용적이 약 3,800리터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크기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트렁크의 카페트 바닥 아래에 별도로 90 리터의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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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차체가 큰 SUV는 물론 양면성이 있다. 실내 공간의 활용성이나 공간의 쾌적성에서는 절대적인 장점이 있고, 커다란 차체가 주는 존재감은 차량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런 장점들의 반대급부 역시 존재한다. 우선 피부로 와 닿는 문제는 주차공간이다. 점차로 차체가 커지는 것이 최근의 추세인 것만은 틀림 없기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바로 알맞은 주차공간 확보와, 다른 차량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문콕’ 에 의한 피해이다. 차체 폭이 2미터에 이르는 트래버스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차체가 크면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지만, 단지 그 이유로 사람들이 대형 고급승용차를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차체 크기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을 보상해주는 다른 더 중요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대형 고급승용차가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트래버스 역시 그러한 시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만나본 일이 없는 초대형 SUV의 등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동차를 사용하는 생활에서 변화된 경험과 디자인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치가 지금까지는 세단을 중심으로 하는 몇 종류의 자동차 유형으로 국한돼 왔던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자동차 선호도에서도 좀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모습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자동차 디자인은 단지 외형적인 모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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