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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디자인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제네시스 콘셉트 X 쿠페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kookmin.ac.kr)
승인 2021-04-06 09:17:40

본문

제네시스 브랜드의 콘셉트 카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발표됐다. 애초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 자체가 마치 1989년에 토요타가 미국 시장 전용 고급 브랜드로 렉서스를 출범시켰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기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국에서 콘셉트 카 발표 역시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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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토요타가 렉서스를 미국에서 출범시킨 건 미국 시장 전용 브랜드였기 때문이었고, 몇 년이 지난 뒤부터 렉서스 브랜드를 일본 시장에 내놓았었다. 렉서스는 미국에 처음 나올 때 완전 신차였던 대형 세단 LS400과 토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를 렉서스 버전으로 꾸민 ES250 두 차종으로 시작했지만,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 일본제 고급차에 회의적이었던 미국의 마케팅 분야 사람들을 실색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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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우선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로 고급승용차를 판매하고 나중에 미국에 진출했었다. 그리고 최근에 SUV를 내놓으면서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판매가 늘고 있다. 게다가 우연히 어느 골프 선수와의 일화도 일조를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판매 증가에 의한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인지 현대는 제네시스 X 콘셉트의 월드 프리미어를 미국, 그것도 수입차(미국 입장에서의 수입차)의 전쟁터와도 같은 캘리포니아 주 최대 도시 LA에서 진행했다. 더구나 대형 쿠페 모델의 승용차를 콘셉트 카로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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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쿠페는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해치백과 함께 가장 안 팔리는 차종 중 하나다. 그래서 현재 시판중인 국산 승용차 중에는 쿠페가 없다. 아니 있었지만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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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에서도 그간 쿠페 모델의 콘셉트 카와 양산차를 내놨지만 사람들에게 기억될 정도는 아니었다. 제네시스 쿠페는 양산 모델이긴 했지만, 현대 브랜드로 몇 년 팔았을 뿐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콘셉트 카 중에 쿠페는 지난 2015년에 페블 비치에서 내놨던 Vision G 콘셉트가 있었고, 그 다음해엔 뉴욕 콘셉트가 있었지만, 이 차는 4도어의 세단형 쿠페였다. 그리고 2018년에 에센시아 콘셉트 쿠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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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쿠페는 현대 브랜드였기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라는 개념이 없었고, 2015년의 Vision G 콘셉트는 마치 EQ900세단의 2도어 버전 같은 느낌의 디자인이었지만 두 줄의 아이덴티티는 없었다. 그리고 2016년의 뉴욕 콘셉트에서도 ‘두 줄’의 아이덴티티 요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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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2018년에 내놓은 에센시아 콘셉트는 쿠페 차체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두 줄에 의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X 콘셉트에서 좀 더 공격적인 비례로 다듬어진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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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공개된 X 콘셉트는 측면 비례에서 매우 긴 후드가 눈에 띈다. 그리고 명확한 노치백(notch back) 형태로 긴 트렁크도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 의외로 앞 오버행도 꽤 길어 보인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들이 후륜 구동 방식을 채택하면서 추구해 온 것이 짧은 앞 오버행을 가지면서 앞 바퀴에서 A-필러까지의 거리, 이른바 품위 간격(prestige distance)이라고 하는 유럽 고급 세단 특유의 밀도 있는 비례를 강조하는 형식을 추구해왔는데, 새로 공개된 X 콘셉트는 상대적으로 긴 앞 오버행으로 인해 유럽형 보다는 미국형 쿠페 같은 다소 헐렁한 비례의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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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체적인 차체 이미지에서는 두 줄의 테마를 적극 강조하면서 헤드램프뿐만 아니라, 라디에이터 그릴의 아래쪽 에어 인테이크 안쪽에도 두 줄의 구조물이 은연중에 지나가는 방법을 썼다. 게다가 측면 쿼터 글래스 표면에도 선명하게 사선의 두 줄을 그었다. 이 방법은 디자인적으로 참신한 면이 있지만, 얼핏 세 줄을 쓰는 어느 스포츠용품 브랜드의 제품 이미지가 생각나는 일면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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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에 붙어있는 제네시스 심벌도 양쪽의 날개 끝에서 시작된 후드 캐릭터 라인이 마치 비행기 날개 끝에서 기류를 일으키며 나는 것 같은 인상으로 디자인했다. 물론 지금의 제네시스 양산 차량들도 이런 방식의 조형이 돼 있긴 한데, 그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X 콘셉트에서는 그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인상이다. 그리고 제네시스 심벌의 방패 형태의 바탕에 기하학적 입체 패턴을 등비수열의 배치로 촘촘하게 새긴 것도 소소한 변화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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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에서 눈에 띄는 건 매우 넓은 펜더로 인해 강조되는 어깨 형태가 건장한 스탠스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줄의 테일 램프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있고, 트렁크 부분의 면 구성은 에센시아 콘셉트에서 보여준 타원 이미지의 곡선 윤곽과 음각으로 파여진 후면의 테마-현대자동차는 이걸 말굽 형태(?)라고 설명하는 것 같다-를 보여준다. 설명 명칭 여부를 떠나서 이런 부분은 제네시스 차량만의 고유한 조형 이미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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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범퍼의 아래에 양쪽으로 역삼각형의 형태도 보이는데, 이건 마치 테일 파이프를 연상시킨다. X 콘셉트는 매우 긴 후드의 차체 비례로 인해 전기차량으로 보이지 않는 느낌이 있지만, 테일 파이프가 없는 걸 보면 전기차량 일 확률이 높다.

X 콘셉트의 실내는 브라운 톤의 가죽으로 감싼 좌석과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재질과 곡선적 형태 구성으로 유럽 감각이 풍기기도 한다. 미국의 승용차들의 실내 형태가 다소 직선적 인상이라면, 유럽의 차들은 실내 디자인 감각이 상대적으로 곡선적인 경향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X 콘셉트의 실내에서 눈에 띄는 혁신적인 요소는 둥근 공 형태의 변속기 버튼 뭉치이다. 마치 게임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인터페이스의 제시는 기술적인 자신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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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콘셉트카 X의 이미지는 이전의 제네시스 차량들의 디자인 이미지보다 좀 더 과감해 졌을 뿐만 아니라, 고유의 아이덴티티에 더 다가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하게 비교되는 렉서스 브랜드는 2005년을 전후로 해서, 즉 출범하고 15년이 지나는 시점부터 스핀들 그릴이라는 디자인 아이덴티티 요소를 쓰면서 보다 더 구분되는 디자인을 보여주기 시작했었고, 지금은 그 뒤로 다시 15년이 지났다. 그에 비하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고급 브랜드 독립을 선언한 2015년 이후 5년이 지난 요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빨리 정착시켜 나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대형 쿠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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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 중에서 쿠페가 없는 브랜드는 없다. 그렇지만 어느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이건 간에 쿠페 모델은 판매량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쿠페(와 컨버터블) 모델은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의 필수 아이템이다. 이제 현대자동차도 판매량 여부와 상관 없이 쿠페가 브랜드 이미지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건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자가 만났던 현대의 인사는 제네시스 브랜드에게 쿠페가 왜 필요하냐고 되물어서 약간 놀라웠던 것에 비하면 변화가 일어난 건지도 모른다.

이제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착시켜가는 쿠페형 콘셉트 카를 내놓는다는 건 성숙의 단계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디자인을 계승한 양산형 쿠페 모델까지도 나오게 된다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받아들여지게 될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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