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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베스트셀러였던 토러스와 쏘나타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05-21 17:37:31

본문

미국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시장도 세단에서 SUV로 그 중심이 옮겨가는 느낌이다. 미국에서는 포드와 GM, 크라이슬러 등 주요 대중 브랜드가 이미 중형급 세단을 단종 시켰다. 우리나라는 세단의 단종같은 급격한 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전통적인 베스트셀러 중형 승용차였던 쏘나타의 입지가 이전 같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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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와중에도 그랜저가 월 1만대씩 팔리는가 하면 K5도 상당한 양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미국처럼 SUV 중심으로 변화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소비자 성향이 바뀌는 걸로 봐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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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존의 중형 승용차 소비자들이 준대형 승용차로 옮겨간 것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디자인 취향이 다양해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승용차 시장에서의 허리 역할을 했던 중형 승용차 쏘나타의 판매량 감소의 원인이 무엇일지는 관심이 가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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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와 비슷한 현상이 199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도 있었다. 물론 미국은 전통적으로 SUV와 픽업이 많이 팔리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중형 승용차 시장은 중요한 승부처였다. 게다가 1980년대부터 토요타 캠리, 닛산 맥시마 등 일본차가 미국 시장을 잠식하면서 주객전도 현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1985년도에 포드가 내놓은 토러스(Taurus)는 포드 콘셉트 카 프로브(Probe) 시리즈를 통해 다듬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양산차에 적용해서 각지고 직선적이던 다른 메이커 승용차를 졸지에 구닥다리로 만들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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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형 토러스는 부드러운 곡면과 육중한 중량감으로 일본제 승용차들이 갖고 있지 못한 감각으로 미국 승용차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다. 그리고 다른 메이커의 승용차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이어서 1991년에 등장한 2세대 토러스 역시 에어로 룩(aero look) 디자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더 슬림해진 헤드램프 등으로 토요타 캠리 보다 더 잘 팔리는 미국제 승용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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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러스는 미국 시장에서는 중형급 이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기준으로는 준대형이나 대형급에 가까운 크기의 차체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쏘나타와 일본의 캠리는 미국에서는 컴팩트 세단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쏘나타와 캠리는 토러스와는 시장 자체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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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토러스는 1996년에 등장한 3세대 모델이 너무나 급진적인 디자인으로 나오면서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던 걸까? 이후 2005년에 지극히 평범한 디자인의 4세대 모델을 내놓지만 토러스는 이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은 상태였고, 육중함을 더해서 2010년에 5세대 모델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반전 없이 7년을 버티다가 단종되고 만다. 물론 미국 시장이 SUV중심으로 변화된 탓도 있지만, 1세대와 2세대만큼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부진의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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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중형 승용차 쏘나타는 1989년에 미국 수출을 목표로 개발된 Y-II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Y-II쏘나타는 고유모델 이었지만, 1세대 토러스의 영향을 받은 듯한 디자인 감각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1993년에 등장한 쏘나타II 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단일 모델 판매 월 1만대 시대를 열면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고, 1995년형 모델로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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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가 미국에서 눈에 띄는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10년에 혁신적 디자인으로 나온 YF쏘나타부터라고 할 수 있다. YF쏘나타는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 라는 현대자동차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내세운 조형으로 일본과 미국 메이커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혁신적이면서 창의적이어서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획을 그은 모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중형 승용차 소비자 연령이 젊어지는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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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에 등장한 LF 쏘나타는 안정적이고 무난한 디자인으로 돌아가 YF쏘나타만큼의 혁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2019년에 등장한 현재의 DN8 쏘나타는 다시 개성적 디자인을 강조하는데,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라는 다소 난해한 단어로 만들어진 철학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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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DN8 쏘나타는 역대 쏘나타 가운데 가장 큰 휠과 가장 긴 휠 베이스에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너무 급진적인 디자인이었던 걸까? 마치 1996년형 포드 토러스 처럼 이전 모델을 완전히 갈아 엎는 개혁적 디자인을 제시했지만, 너무나 급격히 앞서간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망설임을 준 건지도 모른다. 10년 전의 YF 쏘나타 역시 과감한 디자인이었지만, 놀라움과 동시에 감탄을 자아내는 미모의 초상화 같았다면, DN8쏘나타는 얼른 이해하기 어려우면서 흠칫하게 하는 추상화 같다고나 할까? 물론 이건 비유이기에 누구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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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쏘나타가 세대를 거치면서 이렇게 디자인을 강조하기도 하고 다시 무난하게 하는 지그재그 같은 행보를 보이는 건 혹시 기업 내에서 마케팅 부서와 디자인 부서 간에 힘겨루기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디자이너들이 목소리를 높여 개성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개발해 소비자 층이 좁아지면 마케팅부서에서 거봐라 시장은 통계적으로 접근해야지 해서 그들의 말을 따라 무난한 디자인으로 개발했다가 시장 반응이 식어버리면 거봐라 디자인이 중요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중형 승용차는 디자인만으로 팔리는 건 아니겠지만, 토러스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쏘나타를 봐도 그렇듯이 디자인이 정말로 중요한 요인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떤 디자인이 베스트셀러다운 디자인일까? 이건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다 된 디자인에 감놔라 배놔라 지적하는 건 쉽지만,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건 정말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너무 무난해도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지만, 반대로 너무 진보적인, 두 세 걸음 앞서가는 디자인이면 사람들은 그렇게 빠른 걸음걸이를 따라가기보다는 조금은 편한 걸음의 다른 대안을 찾아 선택하는 것 같다. 미국을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를 봐도 그렇고….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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