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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기아의 승용차 복귀작 프라이드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11-06 17:21:42

본문

기아자동차가 승용차 생산을 재개하는 출발이 된 건 1987년 2월 17일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던 소형 승용차 프라이드였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시행됐던 정부의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가 끝나면서 승용차 생산이 가능해지는 때를 목표로 준비했던 모델 중 하나가 프라이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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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프라이드는 기아의 고유 모델은 아니었다. 미국의 포드와 일본의 마쓰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기아가 협력해서 나온 차였다. 미국의 포드는 중형 이하의 승용차는 유럽 포드를 통해 개발하거나 일본의 마쓰다와 합작으로 개발했는데, 예를 들어 중형 세단 몬데오(Mondeo)는 유럽 포드가 개발한 모델이었고, 또 다른 중형 승용차 텔스타(Telsta-테슬라 가 아니다)는 마쓰다가 개발한 중형 세단 카펠라(Capella)에 포드 배지를 붙여 파는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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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런 체제가 있었기에 소형 승용차 개발의 강점이 있는 일본 업체가 디자인과 설계를 맡고, 그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쌌던 한국에서 생산해서 미국 포드 딜러 망을 통해 판매하는 콘셉트로 개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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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1970년대의 두 번의 오일쇼크 이후 미국에서도 소형 승용차의 수요가 일본제 차들을 중심으로 늘어난 배경이 있었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도 대체로 8기통 4,000cc 가솔린 엔진의 승용차와 SUV가 미국의 평범한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시장에서 앞 바퀴 굴림의 1,300cc 소형차는 그야말로 딜러의 모델 구색을 맞추는 수준의 차종이었기 때문에 판매량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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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포드가 예측한 페스티바(Festiva; 프라이드의 포드 판매 명칭)의 판매량은 연간 만대 정도였는데, 1980년대 미국 내의 전체 포드 딜러가 가장 많을 때 5,000개(2021년 기준으로는 약 3,000개이다)였다고 하니, 딜러 당 1년에 2 대 팔리는 물량이었다. 그래서 프라이드는 생산 이후 국내 시판보다도 먼저 미국 수출 차량 선적부터 시작했다. 사실상 연간 만대의 수출량은 단순히 통계적 계산으로 요즘 우리나라 전체의 하루 자동차 생산 대수의 절반도 안되는 것이지만, 당시로서는 미국에 수출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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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에서 프라이드의 차량 개발 코드는 NB-3였고, 포드나 마쓰다에서는 P-031이라고 칭했다. 개발 사업은 메이플 프로젝트(Maple Project) 라고 불렸는데, 메이플은 단풍잎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아, 포드, 마쓰다의 3사 합작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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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코드네임 NB-3에서 NB는 New Bongo를 의미했는데, 1980년대에 봉고 개발로 불황을 타개한 의미를 살려서 새로운 봉고 신화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었다. NB-1은 봉고 후속 승합차 베스타 였고, NB-5는 중형 세단 콩코드, NB-7은 스포티지, NB-9은 베스타 후속 승합차 프레지오 였다. 우연인지 모두 홀수를 가진 이름의 프로젝트가 양산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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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의 차체 크기는 길이, 너비, 높이가 각각 3,475, 1,605, 1,460(mm)에 휠베이스는 2,295mm였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는 아직 경승용차가 나오지 않은 때여서 프라이드는 당시의 국산 승용차 중에서는 가장 작은 앞 바퀴 굴림 승용차였지만, 일본의 기준에서 보면 작은 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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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차의 너비가 1,495mm에 엔진은 660cc배기량인 걸 감안하면, 프라이드의 차체는 그보다 무려 110mm가 넓었다. 엔진은 1,323cc배기량의 마쓰다 설계의 B3 엔진으로, 일본 경차의 두 배가 넘는 배기량이었기에 포드 페스티바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큰 차였다. 게다가 미국 안전 규제에 맞춘 5마일 범퍼가 기본으로 달려 있어서 소형 차였지만, 범퍼가 육중했다. 일본 국내 안전 규제는 유럽과 비슷해서 범퍼가 작았다.

페스티바는 미국에서는 거의 마이크로 카(micro car) 였기에 3도어 모델 한 가지만 개발되었고, 국내에도 1987년에 3도어 모델만 출시된다. 이후 5도어 모델이 개발되고, 나중에 차체 뒤에 트렁크가 더해진 세단 모델도 개발된다. 그리고 1995년에는 스테이션 웨건 모델까지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들 변형 모델은 모두 기아에서 자체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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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의 차체 디자인은 측면에 블리스터(blister) 형태의 부풀려진 곡면 펜더 디자인이 특징적이었지만, 벨트 라인은 낮아서 측면 유리창의 면적이 상당히 넓었다. 여기에 12인치 휠 이어서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넓은 유리창에 마치 롤러스케이트에 달린 작은 바퀴처럼 작아 보이는 비례로 가분수 이미지였다.

요즘에는 경승용차도 기본으로 15인치 휠을 달고 있는데, 그 정도 크기의 큰 휠은 디자인의 관점에서는 물론 장점이 있겠지만, 더 큰 구동력이 필요하므로, 당연히 연비는 좋지 않다. 요즘의 경승용차 연비가 좋지 않다는 불만과 15인치 휠도 작다는 불만도 동시에 있는 걸 보면, 큰 휠과 좋은 연비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기에 결국 양자택일(兩者擇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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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는 12인치의 작은 휠로 인해 도심지의 실제 주행 연비가 1리터 당 13km 정도였으니, 수치 상으로는 요즘의 1,000cc경승용차보다도 좋은 것이다. 기계식 카뷰레터와 기계식 점화 장치의 4기통 1,323cc엔진이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변속기는 수동 5단이었다. 엔진의 정숙성도 좋았는데, 필자는 프라이드를 1990년에 서서 4년 정도 탔었는데, 출퇴근 길에 신호대기 정차 중에 엔진 시동이 꺼진 줄 알고 다시 켜려고 했던 일이 종종 있었다. 방음재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소형차였는데도 말이다. 믿기지 않는 일 같지만 그 정도로 엔진이 안정적이었다.

프라이드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디자인은 클러스터 독립식 수평형 이었고, 사각형 센터 페시아 안쪽에 통풍구와 공조기, 오디오 등이 모여 있었다. 에어백 규제가 없던 때여서 에어백이 없는 2 스포크 형태였지만, 나중에는 3스포크 형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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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의 차체는 공간을 충실하게 쓴 형태로 거의 사각형에 가까운 평면도 형태를 보여준다. 게다가 휠베이스가 최대한으로 확보되면서 앞 뒤 오버행을 짧게 설정해서 차량의 접지율이 좋아 체감 안정성이 좋았다.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은 12.3초가 걸렸는데, 요즘의 전기 동력 차량의 5~6초 대 가속과 비교하면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성능이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빠르게 느껴졌었다.

프라이드는 우리나라에서 비로소 실용적인 소형 승용차의 모습을 보여준 차라고 할 수 있고, 요즘의 경승용차 같은 역할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스형 차체와 높은 힙 포인트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거주성이 좋은 실내 공간을 제공해주었는데, 마치 오늘날의 박스형 경승용차 같은 정도의 체감 공간 실용성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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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의 후속 모델은 곡선형 차체 디자인을 가진 아벨라(Avella)가 1991년에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프라이드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아벨라와 프라이드가 병행 판매된다.

장식이 없이 간결한 조형으로 디자인 된, 박스 형태-오늘날의 박스형 차량에 비하면 프라이드는 박스형이 아니지만-의 해치백이었던 프라이드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소형 승용차의 성능과 공간활용성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차량이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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