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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대형 트럭의 내/외장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12-23 11:43:51

본문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차량의 종류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대체로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거나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멋있는 디자인의 슈퍼카의 아름다움에 매료돼서 자동차 디자이너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그런 학생들의 노트나 스케치북에는 온통 슈퍼 카 그림투성이다.

그렇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실제로 자동차 디자이너가 돼서 업무를 해보면 현실적으로 슈퍼카를 디자인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함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슈퍼카 메이커, 즉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된다면 슈퍼카를 디자인 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슈퍼카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라고 해도 1년 365일 내내 초감각적인 슈퍼카 스케치만 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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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해야 할 업무 범위는 당연히 최신의 차체 디자인’도 있지만, 문을 열기 위한 도어 핸들에서부터 시작해서 엔진 룸의 퓨즈 박스 커버, 트렁크 내부의 트림, 외부의 엠블럼과 실내의 도어 잠금 버튼 노브는 물론이고, 스피커 그릴의 구멍 뚫리는 모양 등등 그야말로 눈에 띄는 모든 부품의 형상을 디자인해야 한다. 디자인 업무로만 본다면 정말로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건 전체 업무 중 아마 1/100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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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슈퍼카 브랜드가 아닌 일반적인 양산 자동차 메이커의 차종 구성은 매우 다양하다. 특정한 차종만 만드는 브랜드도 있지만,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모델 라인업은 경승용차부터 각 세그먼트 별 승용차는 물론이고 승합차와 소, 중형 트럭, 초대형 트럭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그런 차종들 중에서 아마도 대형 트럭은 디자인의 관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덜 관심을 받는 차종일 것이다. 사실상 대형 트럭은 디자인으로 선택하는 차량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고, 실제로 대형 트럭의 개발과 관련해서 그 내/외장을 디자인하는 건 단지 폼 나는 스케치를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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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디자인을 가르치다 보면 정말로 주관이나 목표가 명확한 학생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가령 대형 트럭, 혹은 굴삭기같은 중장비, 아니면 장갑차나 탱크 같은 군사용 차량에 매료돼 그것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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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어느 한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가리켜  ‘덕후’ 라고 부르기도 하는 걸 볼 수 있다. 덕후 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있지만, ‘오타쿠(お宅)’ 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됐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말에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게 의외로 많다. 습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쓴다고 해도 출처를 정확히 아는 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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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お宅)은 일본어에서 상대방의 집이나 가족을 의미하는 존칭으로 쓰이지만, 한편으로 본래의 뜻에서 변형돼서 집에 틀어박혀 자신만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도 그런 의미를 가져오면서 발음을 우리 식으로 ‘덕후’ 라고 바꾸어서 자신의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사람들 부르게 된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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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변형에서 더 나아가 순 우리말의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질 이라는 말(예를 들어 망치질, 톱질 등)을 붙여서 취미 생활을 ‘덕질’ 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취미와 직업이 같아진 걸 가리켜서 ‘덕업일치’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기도 한 걸 볼 수 있다.

이야기가 다른 데로 왔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한 바는 자동차 디자이너 지망생 중에도 대형 트럭같은 특별한 차종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있고, 그들은 나름의 전문
성도 상당하다는 걸 말을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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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볼 수 있는 외국 브랜드의 대형 트럭을 보면, 그 디자인에서 단지 잘 만들어진 차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전문적 관점으로 접근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서 전문적이라는 건 디자이너로서의 전문성이 아니라, 트럭의 용도와 기능을 바탕으로 그 의미와 이미지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함을 말하는 것이다.

화물 운송이라는 건 단지 트럭에 물건을 싣고 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라, 국가 규모의 관점에서 본다면 물류(物流; logistics)로서 산업의 동맥처럼 중요한 분야이다. 그리고 그에 종사하는 개개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업인 동시에 엄청난 무게와 가격의 화물을 운반하기 위해 고가의 개인 장비(트럭)를 이용해서 공공의 안전을 개인이 위험 부담을 안고 책임지며 도로를 운행해야 하는 막중한 의무와 역할이 결합돼 있는 일이다. 즉 물리적인 무게뿐 아니라 또 다른 의미에서의 ‘무게’를 지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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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든 종류의 운전의 성격 또한 저러할 것이다. 화물의 무게만이 아니라, 수십 톤의 중량에 이르는 트럭이 공공의 도로를 얼마나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한 작업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바로 대형 트럭의 디자인이 짊어져야 하는 또 다른 무게의 총량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형 트럭의 내/외장 디자인은 단지 멋진 스타일과는 다른 관점의 추상성과 기능성에서 의미와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 물론 트럭의 디자인에서 상징성이라는 말이 잘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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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를 하자면, 놀이공원의 코끼리 열차의 디자인은 동화적이고 유희적인 감성의 디자인이어야 하지만, 병원에서 쓰이는 MRI 진단 장치 같은 첨단 의료기기의 디자인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장치이기에 엄숙하고 진지한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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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조형성은 그 제품의 성격을 추상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언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형 트럭의 외장 디자인은 당연히 잘 만들어진 제품으로서의 이미지도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신뢰성 있는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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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을 연구하는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사물의 실체와 구성요소간의 관계가 양자론의 고민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2019년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The Order of Time)’에서는 불교 경서 밀린다왕문경(Milindapanha)에서 밀린다 왕과 현자 간의 대화로 사물의 본질에 대한 비유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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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가 왕에게 ‘마차’는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 묻자 왕은 ‘마차는 모든 바퀴와 차축, 멍에 등이 모여 함께 작동하고 우리와도 어떤 관계를 맺는 전체 관계망을 언급할 뿐이다’ 라고 답하고, 이런 관계와 사건을 넘어선 실체의 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현자는 왕으로 하여금 그 관계성을 깨닫게 한 것이다. 즉 어떤 대상은 단지 물체가 아니라 ‘관계와 사건의 총체’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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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트럭은 비슷한 규격의 바퀴와 엔진과 변속기 등의 구성 요소로 만들어지지만(실제로 브랜드 별로 엔진과 변속기를 공용하기도 한다) 각 브랜드 별로 차량 성격의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대형 트럭의 디자인이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 즉 ‘어던 관계와 사건의 총체’ 이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디자인을 잘 한다는 것과 디자인 대상을 잘 이해한다는 건 모두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좋은 디자인이란 단지 멋있게 만들어진 것으로 설명이 되지도 않는다. 대형 트럭은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술적 특징과 각기 지향하는 바를 추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낸 조형, 그리고 실제의 안전한 운송을 위한 운전 환경을 위한 기능성이 결합돼야 하는 것이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간단치 않은 일이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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