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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푸조 인셉션 콘셉트의 아방가르드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3-01-16 10:32:15

본문

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가전제품이 아닌 푸조 브랜드의 최신 콘셉트 카 인셉션(Inception)이 공개됐었다. 최신 콘셉트 카를 모터쇼가 아닌 가전제품 전시회에서 만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작 모터쇼는 이제 모빌리티 쇼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상 디지털화와 전기동력화로 이제 자동차라는 말보다 모빌리티가 더 맞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푸조의 콘셉트 카는 늘 언제나 전위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 CES 2023에서 공개된 인셉션 콘셉트 역시 매우 전위적이고 급진적인 내/외장 디자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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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디자인에서 바퀴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부분이 직선이다. 물론 실상은 직선이라기보다는 ‘직선적’ 이라고 해야 정확한 말일 것이다. 실질적으로 곡면이 차체 대부분의 형태에 쓰였지만, 매우 평평한 곡면이다. 정말로 모든 부분이 직선이고 평면인 차체 디자인은 아마도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 정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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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면이 사용되긴 했지만, 푸조 인셉션 콘셉트의 차체 디자인은 낯설다. 대부분의 자동차 디자이너, 혹은 자동차 디자이너 지망생들이 지향하는 자동차의 차체 디자인은 선과 면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걸 이상적인 조형으로 인식하는 게 보통이다. 사실 이것 자체도 선입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역동성을 가진 대상을 디자인할 때의 조형성, 요즘 말로 폼 팩터(form factor)는 유연성이 전재돼야 한다. 기능적으로도 당연히 유체역학을 고려한 유선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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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세탁기, 냉장고 등과 같이 고정된 위치에서 사용되는 제품은 최대의 공간 활용성을 위해 상자 형태를 가지며, 이는 정적 조형 요소(靜的 造形 要素; static form factor) 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진공청소기는 이동을 위해 바퀴가 달린 것은 물론이고 기능 수행을 위해 장소 이동이 요구되는 특성에 따라 자동차처럼 유선형으로 디자인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직선적 형태의 청소기 디자인도 많이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그건 공기역학과 같은 요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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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자동차는 당연히 동적 조형 요소(動的 造形 要素; dynamic form factor)로써 곡선과 곡면으로 구성된다. 이때의 곡선과 곡면은 단지 감성적인 것이 아니라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는 유선형의 기능적 형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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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자율주행 콘셉트의 차량들은 그런 유선형의 틀을 벗어난 디자인을 보여준다. 자율주행기술이 아직까지는 시속 50km 선에 머무르고 있는데다가, 대부분의 도심지 속도제한이 스쿨 존 30km/h, 시가지 50km/h로 제한되는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 모터의 회전과 진동 특성은 기존의 엔진이 가진 저주파의 아날로그적 특성이 아닌 더 높은 주파수 대역이라는 점에서 조형 자체가 상대적으로 더 샤프한 감성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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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이 다른 주파수 대역과 감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푸조의 인셉션 콘셉트는 전기 동력과 자율주행 기술을 상징하는 기조의 이른바 디지털 폼 팩터(digital form factor)를 차체 디자인에서 보여주는 게 당연하고, 심지어 실내 디자인에서도 기하학적 형태 중심의 조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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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셉션 콘셉트의 실내에서는 운전석과 조수석 의자까지도 직선의 상자 형태임을 볼 수 있다. 곡선이 사용된 부분은 스티어링 휠과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운전석 디스플레이 패널 이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은 우리들이 지금까지 봐 왔던 차량의 그것과 전혀 다른, 마치 SF 영화 속 우주선의 조종간을 떠올리는 모습이지만, 사용이 불편할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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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놀라운 건 의자처럼 보이지 않는 의자 디자인이다. 과연 저기에 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이 잡힌 디자인은 가히 푸조 다운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런 디자인을 사람들이 얼마나 수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뒷좌석 공간이나 뒤 좌석 디스플레이 패널이 달려 있는 1열 좌석의 뒤쪽 형태 역시 기존 자동차 의자의 모습에 대한 틀을 그야말로 완전히 파괴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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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와 테일 램프 또한 직선적이고 샤프하지만, 최근의 푸조가 추구하는 펠린 룩(Felin Look)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심지어 휠의 디자인 역시 둥근 바퀴를 제외하면 모두 직선 요소로 채워져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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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형을 보면 미래의 디지털 문명에서 소외된 휴머니즘을 상징하는 미래 모습 일지도 모를 디스토피아(dystopia)적 감성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푸조의 디자이너들이 그런 메시지를 나타내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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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전시회에 자동차가 출품되는 시대, 그게 바로 오늘날이다. 게다가 기존의 모터쇼-이미 모터쇼도 모빌리티 쇼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있다-에는 자동차 이외의 디지털 모바일과 비행체도 등장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가전제품 쇼에도 전자제품 외에도 자동차와 디지털 모바일과 비행체도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는 제품을 닮아가고 제품은 자동차를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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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자동차가 가장 20세기적인 문명의 도구였다면, 가장 21세기적인 도구는 무엇이 될까? 한계비용 제로 사회(Zero Marginal Cost Society)와 회복력 시대(The Age of Resilience)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미래의 회복력이란 보다 정확히는 적응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본래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상태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이 앞으로의 문명의 방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화된 미래의 모습을 아직 알 수 없지만, 푸조 디자이너들은 인셉션 콘셉트를 통해서 그걸 찾으려 했는지 모른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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