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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EV9의 디자인과 K-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3-03-26 19:56:49

본문

기아 EV9의 양산 모델 디자인이 공개됐다. 완전한 전기 동력의 대형 SUV로 등장한 EV9은 지금까지 우리들이 봐 왔던 차량과는 확연히 다른, 그야말로 혁신(革新-이 용어는 가죽을 바꾼다는 의미이니 디자인에 더 잘 맞는 걸지도 모른다) 같은 디자인을 보여준다. EV9의 이러한 디자인은 내/외장 전체에 걸쳐서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공개된 EV9의 차체 제원은 전장ⅹ전폭ⅹ전고와 휠베이스가 각각 5,010ⅹ1,980ⅹ1,750(mm)에 3,100mm이다.  이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대형 SUV GV80의 4,945ⅹ1,975ⅹ1,715(mm)에 휠베이스 2,955mm와 비교하면 50~60mm 정도 넓고 높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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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미국의 대형 SUV에 가까운 크기로 보이지만 실제로 풀 사이즈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5,380ⅹ 2,060ⅹ1,945(mm)에 휠베이스 3,071mm 보다는 길이가 370mm, 폭은 80mm, 높이는 195mm 작다.

미국 차들은 정말 크다. 이건 그야말로 두 체급 정도 차이 나는 것이지만, 그래도 EV9은 국산 SUV 중에서는 가장 크다. 그래서 체감상으로는 풀 사이즈 SUV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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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공개된 바 있는 EV9의 콘셉트 카를 비롯해 공개된 양산 모델은 샤프한 감성의 쐐기 같은 이미지의 차체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이는 전기 동력 기술을 모티브로 하면서 디지털 감성이 결합된 이미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디자인 감성과 이미지는 지금까지의 차량 디자인이 지향해왔던 전통적인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EV9이 보여주는 조형은 팽팽하게 당겨서 거의 평면에 가까운 곡면을 쓰면서 거의 직선형에 가까운 차체 이미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EV9의 측면 이미지에서 곡선은 둥근 바퀴 형태뿐 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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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바퀴의 외형은 둥글지만 휠의 디자인은 네 개의 직선적 스포크로 구성돼 있어서 마치 한옥의 창살을 연상시킨다. 휠 아치의 형태 역시 8각형을 반으로 자른 듯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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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의 측면 디자인에서는 앞, 뒤 펜더의 볼드한 볼륨도 볼 수 있는데, 사실 이런 볼륨을 이전에는 곡면을 쓴 근육의 이미지로 이른바 블리스터(blister)라는, 글자 그대로 ‘물집’ 같이 부풀려진 곡면으로 처리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EV9은 그 볼륨 조차도 마치 종이를 접은 듯이 평면에 가까운 곡면과 샤프한 모서리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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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4각형과 8각형 이미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45도 각도의 사선 조형 요소들이 D-필러의 쿼터 글라스 그래픽, 도어 패널 아래쪽의 검은색으로 처리된 로커 패널과 앞 뒤의 휠 아치가 만나는 부분 등에 이르기까지 적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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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EV9의 차량 전면은 전기 동력 차량답게 라디에이터 그릴의 공기흡입구가 없으면서 패널 면 자체에 조명이 나타나며, LED에 의해 사각형 입방체(cube)의 형태로 구성된 헤드램프 디자인이 수평, 수직 조형 요소의 주간주행등과 결합돼 디지털적 감성의 조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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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미지는 테일 램프에서도 같은 맥락의 조형언어로 구성돼 있어서 디지털 감각의 이미지를 강조해 주고 있는데, 뒤쪽 상부 스포일러에 내장된 와이퍼 설계로 인해 더 간결한 테일 게이트 이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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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적 조형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수평 기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운전석 클러스터 및 센터 페시아의 12.3인치와 5인치 디스플레이 패널이 연결된 장방형 패널, 그리고 밝은 톤의 크러시 패드와 그것을 배경으로 구성된 환기구와 베젤은 타원 형태의 스티어링 휠의 형태와 조합되면서 디지털 기술의 전자제품 조형 감성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의 형태 역시 단지 둥근 휠을 잘라낸 이른바 D컷이 아니라, 사각형과 타원의 중간에 자리하는 수학적으로 정의된 수퍼 타원(super ellipse)과 거의 유사한 형태이다. 수퍼 타원은 수학적으로 거의 사각형에 필적하는 면적 효용성과 아울러 타원이 가지는 유연성을 양립하는 특성을 가진 기능적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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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의 기하학적 성향의 기능적 실내 조형은 도어 트림 패널의 팔걸이와 센터 페시아 버튼과 콘솔은 물론이고, 실내의 여러 디테일에서, 그리고 넓은 좌면의 면적이 강조된 시트, 그리고 2열 좌석과 3열 좌석이 마주볼 수 있는 기능의 스위블 시트 등에도 나타난다.

이런 공간의 개념은 우리나라의 가족 중심 안방 문화를 반영한 콘셉트이기도 하다. 서구의 대형 SUV 역시 가족 구성원을 수용하는 3열 구성의 좌석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차량은 가족 구성원이 같은 공간에 타고 있어도, 개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하는 구성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의 개별성을 지향한다. 그러나 EV9의 2열과 3열 좌석은 공간을 공유하며 마주보고 앉는 우리 문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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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의 이와 같은 디자인이 의미하는 바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K-디자인’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우리의 디자인일 것이다. 몇 년 전까지도 우리나라의 차들의 디자인은 그 완성도에서 ‘나쁘지 않은 수준’이기는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주장할 수 있을 만큼의 고유성(固有性; uniqueness)은 크지 않았다. 잘 만들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차의 디자인은 미국이나 유럽의 차들과 구분되는 건 물론이고, 극동지역의 일본의 차와도 이제는 확연히 구분된다. 나아가 EV9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옆에 세워놓아도 전혀 다른 성격을 명확히 대비시켜서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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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위적이면서 고유성 있는 디자인의 EV9을 볼 수 있는 건 물론 실무 디자이너와 수석 디자이너의 역량이 바탕이 된 것이겠지만, 결국 이 디자인을 승인하는 권한을 가진 경영층의 안목 향상이 뒷받침된 결과일 것이다. 디자인의 전문성과 창의적 조형의 중요성을 인식한 경영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문화가 반영된 디자인, 물론 그건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가 아니라, 21세기의 한국인이 가치를 두는 콘템포러리 밸류(contemporary value; 현 시대적 가치) 요소이며, 그것은 우리 문화와 미학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새로이 공개된 전기 동력 SUV 모델 EV9은 바로 그런 K-디자인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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