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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자동차 모형 재료 인더스트리얼 클레이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3-06-11 09:13:52

본문

지난 2023 서울 모빌리티 쇼에 전시된 차량 중에는 클레이 모델이 한 대 있었다. 클레이 모델(clay model)은 문자 그대로 진흙으로 만든 모형을 말한다. 오늘날의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할 때는 이처럼 클레이 모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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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보편적 관점에서는 ‘진흙’으로 자동차 모형을 만든다는 것이 일견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자동차 모형 제작에 쓰이는 ‘진흙’은 천연 찰흙은 아니다. 색깔만 진흙과 비슷할 뿐이지 실제 성분은 유황과 파라핀 등의 혼합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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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油土)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모형용 진흙, 클레이의 정확한 명칭은 인더스트리얼 클레이(Industrial Clay) 이며, 그 물성은 상온에서는 빨래 비누 정도의 경도로 상당히 단단하지만, 전용 오븐에 넣어 섭씨 65도 정도로 가열하면 연질(軟質)로 변화되어 ‘천연 찰흙’과도 같은 작업 요령으로 자유롭게 소조(塑造)작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상온으로 식은 후에는 알맞은 경도(硬度)로 굳어져서 깎아내고 다듬는 등의 절삭가공을 통해 상당히 정밀한 모형을 만들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더스트리얼 클레이의 주성분은 유황(硫黃)과 파라핀(paraffin)이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성분은 인더스트리얼 클레이 제조회사들이 아직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신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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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 클레이는 찰흙과 비슷한 색을 띄지만, 페인트를 칠한 다이녹 필름(Dye-noc film) 이라는 재료를 씌워 차체의 이미지를 재현할 수 있다. 이번 서울모빌리티 쇼에 KG 모빌리티로 새롭게 시작하는 쌍용자동차가 KR10이라는 이름의 신형 SUV의 클레이 모델을 내놓았다. 그래서 전시된 모델의 절반은 은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클레이 색채 그대로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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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모형 제작을 클레이로 하는 이유는 바로 조형의 자유도 때문이다. 아직까지 인더스트리얼 클레이만큼의 조형적 자유도와 물리적 경도를 동시에 가진 모형 제작 재료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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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 클레이는 1950년대부터 미국의 GM에서 처음 개발돼 쓰이기 시작했고, 그 이전까지 유럽 등의 자동차 메이커에서 모형 제작 재료는 석고나 나무 등의 전통적인 재료가 쓰였다. 저들 전통적 재료는 물론 좋은 재료이지만 깎아서 가공하기가 힘들고, 한 번 깎은 뒤에는 다시 붙이는 것은 더 어렵고 번거로운 단점이 있어서, 오히려 조형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재료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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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에서 양산 메이커 중 가장 먼저 1930년대에 디자인 부서를 만든 미국 GM에서 1950년대부터 인더스트리얼 클레이를 이용해서 디자인 모형을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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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클레이를 이용해서 모델을 만들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명백하다. 경질의 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모형은 딱딱한 재료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 상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조형 재료 클레이로 인한 형태의 변화는 무한하다.

디자이너들이 종종 농담으로 ‘모형 만들기 쉬운 형태로 디자인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만큼 실제의 모델 제작은 재료의 제약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크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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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클레이는 반대로 디자이너의 조형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더 크게 요구하는 재료이다. 이것이 바로 클레이가 가지는 특성이다. ‘흙’ 속에 감추어진 아름다운 형태를 찾아내도록 해주는 클레이는 가장 단단하고 반짝이는 물체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가장 부드럽고 자유로운 재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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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클레이 모형 제작 방법은 매우 기술-노동 집약적 이이어서 고도의 숙련 인력이 요구된다. 자동차 전문 메이커의 디자인 연구소에는 오랜 경력과 노하우를 가진 마에스트로 급의 클레이 모델러들이 다수 존재하며, 그들의 기량은 가히 신의 경지이다. 제아무리 난해한 곡면의 조형체도 그들의 손에서는 마치 완재품과도 같은 정밀도의 모형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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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모델 제작 대상은 단지 차량의 외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차량의 내/외장, 엔진 커버, 심지어는 트렁크 공간 내부의 트림 패널까지도 모두 클레이 모델 제작 대상이며, 디자이너의 작업 대상인 것이다. 결국 인더스트리얼 클레이는 더더욱 오늘날의 디자인 중심의 차량 개발에서 빠질 수 없는 조형 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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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컴퓨터 3D 시뮬레이션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실물 크기의 차량을 눈 앞에 세워놓고 다른 경쟁 차량과 비교해 평가하는 것을 대신 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자동차가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현실적으로 실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클레이 모델의 제작은 모든 자동차 디자이너의 숙제이며, 세상을 향한 첫 탄생의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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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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