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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푸조의 SUV, E-3008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3-09-26 08:07:33

본문

푸조가 차세대 전기 동력 SUV모델로 E-3008을 공개했습니다. 글로벌 론칭은 내년 2월이라고 하지만, 미리 공개해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푸조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게 사실인데요, 그건 아무래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독일차 사랑이 크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수입차를 다양성의 모습으로서 보다는 부의 상징으로 보는 관점이 여전히 높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정말로 실용적인 특징을 가진 푸조는 사람들에게 비싼(?) 돈 주고 산 수입차이지만, 고급스럽기보다는 ‘보통차’를 샀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호응이 적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이건 제 생각입니다.

 

프랑스 차들이 실질적인 실용성을 중시하는 것에는 역사적인 배경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독일에서 만들어졌지만, 그런 자동차를 보다 쓰기 쉽고 실질적인 실용성을 가진 구조로 발전시킨 것은 주로 프랑스에서 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실은 의외로 많이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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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1889년 프랑스의 르네 파나르(Rene Panhard; 1841~1908)와 에밀 르바소(Emile Levassor; 1843~1897) 두 사람이 함께 설립한 자동차 회사 '파나르 르바소(Panhard Levassor)'는 다임러와 벤츠가 만든 마차 구조 기반의 가솔린 자동차의 차체 구조와는 전혀 다른, 차체의 앞에 엔진을 탑재하고 변속장치를 이용해서 뒷바퀴를 구동시키는 방식의, 즉 오늘날의 자동차와 같은 구조를 가진 차량 ‘시스템 파나르(Systeme Panhard)’를 1895년에 개발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기술적 흐름이 실용적인 차량 기술의 개발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시 푸조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푸조의 차들을 거리에서 보기가 쉽지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마치 우리가 거리에서 현대/기아의 차들을 보듯이 일상적입니다. 게다가 실용적인 차량이기에 고급이나 호화로움을 내세우기보다는 오히려 개성적 디자인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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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테면 푸조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이른바 펠린 룩(Feline look) 이라는 개념으로 고양이과 동물들의 표정이나 발톱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 한 전면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푸조의 펠린 룩도 몇 번의 진화를 거쳤는데요, 2000년대 초반의 둥글둥글한 곡면과 어우러진 펠린 룩 디자인은 푸조 206과 같은 소형 모델에는 귀여운 이미지로 잘 어울렸지만, 중형급으로 차체가 거진 모델에서는 커진 차체에 귀여운 이미지가 서로 맞지 않는 방향처럼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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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10년대에는 좀 더 슬림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펠린 룩으로 변화되면서 중형급 모델의 디자인 완성도가 정말로 크게 좋아졌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숙성된 디자인으로 등장하는 최근의 푸조의 펠린 룩은 기하학적이고 디지털 적 이미지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 살펴보는 SUV모델 E-3008 역시 그러한 디지털적인 조형에 의한 펠린 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체의 차체 자세는 마치 해치백 승용차, 또는 패스트백 승용차 같은 자세로 크게 누운 뒤 유리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기존의 마치 스테이션 웨건 같은 이미지의 공간 활용 중심의 대부분의 SUV 보다는 더 역동적입니다. 여기에 데크의 높이를 높게 설정해서 마치 출발선에 선 육상선수 같이 바로 달려 나갈 듯 한 역동적인 차체 스탠스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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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을 중시하는 푸조의 차들이 디자인에서 어필해야 하는 가치는 사실은 마치 고급인 것처럼 치장하는 것도 아닐 것이며, 편안함이나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물론 푸조 브랜드는 18세기 마차 시대부터 이어져 온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 프랑스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굳이 그걸 말하지 않는 걸 수도 있습니다.

 

푸조의 디자인 개성은 특히 실내 디자인에서 다른 브랜드의 차들과 확연히 구분됩니다. 수평 기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넓은 개방감과 디지털 기술의 조합으로 실용성과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윗부분이 평평하게 D컷이 된 스티어링 휠과 그 너머로 보이는 디지털 클러스터는 푸조의 미래지향적 인테리어 디자인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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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로 상징되는 프랑스의 차체 내/외장 디자인 이미지, 특히 그 중에서도 실내 디자인은 패셔너블 하지만 동시에 캐주얼 한 인상도 주는, 일견 앞뒤가 안 맞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 특징을 가집니다. 즉 멋있지만 경직된 정장 같은 인상을 주지는 않는 듯 하다고 할까요?

 

이런 차량이나 디자인의 성격을 보면 얼핏 드는 생각이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프랑스의 전통 식빵 바게트(BAGUETTE)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바게트의 레시피는 한 두 가지가 아니기에 매우 다양한 모양과 맛이 존재한다고 하며, 심지어 집집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좋고 나쁨의 개념이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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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프랑스의 자동차와 디자인은 기존의 차량을 개선시키는 진화적인 성격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의한 개발의 사례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것은 기존의 현상을 부정하고 새로운 문제 제기에 더 가치를 두는 프랑스 예술의 창의적 성향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전의 차량을 보완해나가는 논리적 진화로 완성을 추구하는 독일 식의 ‘논리적인’ 디자인과 대비되는 ‘직관적인’ 예술’ 에 비유되는 프랑스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프랑스의 직관적 성향은 푸조 브랜드의 디자인으로 나타나며, 오늘 살펴본 전기 동력 SUV모델 E-3008에서도 강렬한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다양성의 한 부분이고, 보편성을 지향하는 듯한 한국 시장에서는 너무 강한 개성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21세기는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공존하는 시대입니다. 새로운 전기 동력 SUV모델 E-3008이 프랑스의 창의적 성향을 가진 차량으로 사람들에게 다양성의 한 모습으로 어필 되기를 바래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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