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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악기와 자동차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3-10-16 00:12:35

본문

오늘은 악기와 자동차 디자인에 관해 살펴보는 글을 준비했습니다. 차량의 내/외장 디자인에서는 악기의 구조나 형태, 혹은 마감 재질 등에서 유래하거나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차량의 내장재가 점점 고급화되면서 고급 악기에서 볼 수 있는 재질을 보여주는 마감재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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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차량의 상위 트림에서는 실내 부품의 마감 재질에 ‘피아노 블랙(Piano Black)’ 색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피아노 블랙은 반짝이는 광택을 가진 검정색인데요, 대시보드의 클러스터 주위와 프론트 및 센터 콘솔 등에 원목 혹은 원목 색상 수지 대신 유광 검정색 옻칠 느낌의 마감으로 된 유광 검정색 수지로 제작한 부품을 부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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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로써 피아노는 대개는 거울처럼 매끈하게 반짝이는 검정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공간 활용에 유리해서 주로 가정용으로 쓰이는 형태의 업 라이트(Up-right; 위를 향해 세워놓았다는 의미입니다) 피아노는 물론 검정색 외에도 장미 나무(Rosewood)나 호두 나무(Walnut), 마호가니(Mahogany) 등의 색상이 쓰입니다.

 

이와는 다르게 눕혀 놓은 개념의 구조로 만들어져 넓은 면적을 차지하지만 음향의 발산에 유리해서 주로 콘서트 홀에 놓이는 그랜드 피아노 또한 대부분 유광 검정색입니다. 그래서 피아노 하면 고광택 검정색을 떠올리게 되고, 그러한 악기 마감의 색상 명칭을 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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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랜드피아노 또한 검정색만 있는 건 아닙니다. 검정색 그랜드피아노는 주로 클래식 공연에서 쓰이지만, 클래식 외의 장르의 연주에서는 원목 색상은 물론이고, 흰색이나 진청색, 적색, 심지어 투명한 그랜드피아노도 종종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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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운전 중에 상대 차량이나 보행자 등에게 경고 혹은 주의를 환기시킬 때 사용하는 경음기는 흔히 클랙슨(Klaxxon), 속칭 ‘크락숀’ 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만, 이 단어 클랙슨은 경음기를 제조하는 업체의 상표명이었습니다. 이건 마치 1톤 트럭을 ‘봉고차’라고 부르던 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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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음기는 과거에 서양에서 쓰이던 사냥 나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차량 스티어링 휠에 달린 혼 버튼에는 악기 트럼펫(trumpet) 모양의 심벌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차량에 부착되는 혼(Horn)의 형태는 트럼펫보다는 프렌치 호른(French Horn)에 가깝습니다. 물론 대형 트럭 등에는 길쭉한 형태로 돼서 트럼펫을 닮은 것이 설치된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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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형 트럭이나 버스, 기차 등에 쓰이는 에어 혼의 모양이 트럼펫과 유사한 형태이고, 일반 승용차에 적용되는 전기식 혼은 음향 증폭을 위해 나팔 부분이 달팽이 형태를 하고 있어서, 프렌치 호른과 유사하게 둥근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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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을 고음 혼과 저음 혼으로 한 쌍으로 조합하여 설치함으로써 2중 화음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2중 화음으로 하면 소리도 더 커지지만 더 풍부한 소리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속칭 ‘쌍 크락숀’ 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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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대부분의 승용차와 차량이 가진 가속, 브레이크, 그리고 클러치 페달 등은 인스트루먼트 패널 아래에 매달린 형태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들 중 가속 페달은 발뒤꿈치를 바닥에 댄 채로 밟을 수 있도록 발판이 다른 페달들보다 좀 더 길게 내려와 있는 형태로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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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달린 페달은 구조가 간단하고 부품의 수도 적으며, 매트 청소가 쉬운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비가 오는 날에 젖는 신발을 신은 채 가속 페달 조작을 하다가 자칫 발이 미끄러져서 페달을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험은 운전 중에 아마도 한 두 번은 있으실 것입니다. 그건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당황스럽긴 합니다.

 

그런데 운전 중에 힐 앤 토(Heel & Toe) 같은 기술을 쓸 때 매달린 형태의 가속 페달은 오른발의 뒤꿈치를 이용한 조작에 불편이 따르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바닥에 고정된 구조의 가속 페달이 편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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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바닥에 고정된 가속 페달 형태가 마치 오르간(Organ) 혹은 풍금(Reed Organ)에 달린 페달과 유사한 구조이기에 매달린 형태의 가속 페달과의 구분을 위해서 ‘오르간 타입 페달(Organ type pedal)’ 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초등학교 음악 수업 시간에 풍금을 이용해 수업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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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매달린 형태의 가속 페달 때문에 일어난 사고도 있었습니다. 2009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매달린 형태의 가속 페달을 가진 렉서스 ES 세단이 미국의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에 실내 바닥에 깔린 매트와의 우연한 간섭으로 끝까지 눌린 채로 고정돼 버리면서 차량이 계속해서 가속돼 사고로 이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고가 있은 뒤로 안전을 위해서 대부분의 가속 페달이 오르간 타입의 구조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현재는 거의 모든 차량의 가속 페달이 간섭 문제가 없도록 설계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페달의 경우는 악기의 구조를 응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악기와 자동차 디자인, 어찌 보면 서로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자동차의 디자인이나 구조 등에서 악기에서부터 직접 응용이 된 부분도 있고, 간접적으로 비슷한 형태나 구조를 가진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악기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발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자동차는 그보다는 훨씬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오늘날 아마도 우리들의 생활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악기로 대표되는 음악이 없다면, 우리들의 생활은 매우 힘들고 무미건조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자동차가 없다면 문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물론이고, 오늘날의 우리들의 일상 생활 역시 매우 힘들어 지겠지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악기와 자동차는 닮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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