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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황금비는 자동차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4-03-04 10:31:02

본문

2주 전 칼럼에서 건축과 황금비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대체로 아름다움의 기준에는 절대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바입니다. 그리고 물론 실제로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아름다움(美)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추(醜)함 역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든 미와 추의 기준은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고전 희곡 맥베스(Macbeth)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마녀들의 대화에서는 ‘추악한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은 추악하지(Faul is fair, and fair is foul)’ 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일견 모순적인 내용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우리들이 믿고 있는 아름다움이란, 우리 인간의 기준에서의 아름다움일 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러한 인간의 기준 역시 다시 인종과 종족, 그리고 문화에 따라서도 매우 가변적이어서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대상이 다른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은 일이 생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름다움이란 우리 속담에서 말하는 ‘제 눈에 안경’에 불과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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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의 둥근 그림은 1930년대에 활동한, 20세기를 모던 건축의 시대로 만든 연 건축가라고 평가되는 르 코르뷔제(Le Corbusier; 1887~1965)의 인체 비례 분석으로, 이른바 '모듈로르(Modulor)' 라고 알려진 그림입니다. 지난 번 칼럼에서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건축에서 실내 공간을 설계할 때 인체에 내재하는 황금비율을 반영해서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그림 속의 비례는 이미 그보다 600년 앞서서 활동했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도와 동일한 비례를 보여줍니다.

 

이 두 그림들은 각각 인체가 1:1.618 이라는 황금비(黃金比)로 분석된다는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두 거장의 인체 비례 분석은 배꼽을 기준으로 1:1.6의 비율로 일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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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다빈치가 그린 저 그림은 지금부터 약600여 년 전의 것이지만, 사실상 다빈치가 그림으로 그리기 이전보다 1800여 년 앞서서 이미 그 비례가 정리됐다는 사실입니다. 그 비례를 정리한 사람이 바로 로마제국의 장군이자 학자로도 알려진 비트루비우스(Vitruvius Polio)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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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병사들의 갑옷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병사가 올 때마다 매번 신체 크기를 재는 것이 반복되자, 무언가 규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신체 크기를 평균화 된 규격의 비율로 계산해서 갑옷을 대, 중, 소 등의 비율로 만들어 준비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기성복의 개념을 가장 먼저 만든 게 아닐까요?

 

아무튼 그 뿐 아니라, 20세기에 르코르뷔제에 의해 다시 그려진 '모듈러' 역시 비례에서 일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비례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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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황금비는 수학적으로는 피보나치수열(Fibonacci Numbers) 속에 존재하는 비례인데요, 1, 1, 2, 3, 5, 8, 13, 21, 34, … 등으로 앞의 수와 뒤의 수가 더해져서 그 다음 숫자가 만들어지는 형식을 가지고 있고요, 앞뒤 숫자 간의 비례가 거의 동일하게 1.6의 비율로 존재하는 수학(數學)적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계는 놀랍게도 이러한 비율에 의해 질서가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그 비율을 바로 황금비 1:1.618의 비율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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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노란 색의 사각형 그림을 살펴보면 큰 직사각형을 가로세로 8의 정사각형과 세로 8에 가로 5인 직사각형으로 나누고, 다시 그 직사각형을 가로세로 5와 가로 5와 세로 3의 직사각형으로 나누어 나가는 식으로, 각각 5:8의 비율로 나누어 무한히 1:1.6의 비율로 쪼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황금비의 골자입니다. 그리고 그들 사각형들을 원호(圓弧)로 연결하면, 황금 나선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이 황금 나선이 바로 자연계의 조개 껍질이나 솔방울의 돌림 차순 등등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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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달걀 껍질의 곡선이나 독수리의 부리 끝의 굽어진 곡선 등 자연물이 취하고 있는 모든 곡선 모두가 이러한 황금 나선의 규칙 속에 있습니다. 결국 불규칙해 보이는 자연물들의 형태들도 사실은 잘 살펴보면 황금비에 의해 만들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황금비는 가장 아름다운 절대의 규칙인 걸까요?

 

그러나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황금비가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는 것은 오히려 선입관이고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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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여기에 있는 A부터 E까지 다섯 개의 사각형 중에서 가장 ‘무난한 것’을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E를 선택합니다. 물론 가장 무게중심이 낮은 것은 D 이겠지만, 비례와 방향이 편중돼 있기 때문에, 치우침이 적은 무난한 중립적 사각형은 E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E가 황금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중립적 무난함은 취향이나 기호를 떠나서 누구든 저항감 없이 수긍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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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역시 곳곳에 황금비가 적용돼 있어서 누구나 저항감 없이 바라보는 건 물론이고, 균형미의 사례로 역사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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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이유에서 황금비는 오늘날 우리들이 일상 속에서 신용카드나 명함, 엽서 등과 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일상의 물건들의 비례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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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황금비가 자동차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황금비는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 아니라, 가장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상태입니다. 이 말은 곧 자동차가 속도감이나 독창적 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황금비를 고수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황금비를 아름답게 깨뜨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황금비를 인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황금비는 가장 아름다운 비례가 아니라 가장 중립적인 비례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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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 질서의 바탕이 되는 황금비가 가장 중립적인 기준으로 사용돼서, 우리들의 감성과 미의식에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적절한 개성의 비율을 찾아냈을 때, 그것이 비로소 아름답고 감성적 경험을 제공해주는 디자인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비례를 가진 차량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가능성이 높을 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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